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잇다라는 온라인 멘토링 플랫폼에서 멘토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 이다.

좋아하는 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주변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들 많이 말하는데 막상 저에 대해 생각해보면 진짜 제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뭘 좋아하는지부터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어떤 방법으로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를 탐색하는 방법이나 추천하고 싶은 방법을 알려주세요.

진로는 어떻게 찾아가셨나요? 사실 지금 직장은 나이때문에 부랴부랴 들어간 곳이라 보람감 혹은 성취감 없이 다니고있습니다, 제가 정말 성장하고 흥미를 느낄만한 분야를 찾고싶은데 사실 진로를 찾고 발을 내딛기가 엄두도안나고 막막하기만 하네요, 멘토님은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찾아가셨나요?

지금 이 시점에 돌이켜보니 그저 소속된 곳에서 흘러가는대로 살아왔던 것 같고, 이제 무소속이 된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내가 과연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너무 답답해서 (중략) 혹시나 멘토로서 조언해주실 것이 있다면 어떤 피드백이라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은 많고 하기에는 두려워요.

기계공학과를 오긴 했지만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일이 기계를 다루는 일일까라는 걱정도 많이 되고… 멘토님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멘티들의 질문을 마주하고 글 이면에 숨겨진 각자의 어려움을 상상하다보면, 나의 대학시절의 모습이 많이 떠오른다. 무비판적으로 지식과 이론을 습득하기에 바빴던 고등학생이 대학생이 되어 스스로의 생각으로 걸어나가기 위해 무수히 많이 넘어졌던 시절이. 나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시절이. 나의 생각보다 타인의 생각을 더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선택과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했던 시절이. 이미 본인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움과 동시에 나의 길이 과연 세상에 존재는 하는 것일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던 그 시절이.

이 모든 혼란스러움과 불안의 시간을 거쳐, 나는 끝내 내가 기꺼이 걷기로 선택한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멘티들의 상황이 모두 나의 예전과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비슷한 시기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답했던 내용들이 조금이라도 멘티들에게 힌트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는 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할까? 인생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며 보내기에 그 시간을 행복하게 쓰고자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나에게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내게 행복을 주는 일은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와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다음의 세 질문을 던졌다.

  1. 내가 행복했던 경험들은 무엇이고 그 경험들의 어떤 특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2. 내 행복의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3. 그 일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내가 부딪힐 수많은 어려움을 나는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내가 행복했던 경험들은 무엇이고 그 경험들의 어떤 특징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것은 대개 잠시의 쾌감에 가깝다.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김영민한국일보 칼럼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

짧은 순간에 머무르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쾌락을 행복이라고 정의해선 안된다. 또한 행복의 원인이 타인이나 주위의 환경(주변의 기대, 동경, 인정 등)에 의존적이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행복했던 경험을 찾기 위해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기보다 오랜 기간 지속해온, 혹은, 해왔던 활동들에 집중했다.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행복을 위해 산다[1]. 그리고 삶은 유한하다. 주어진 시간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행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선택들으로 채워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하필 왜 "그 선택"을 내렸는가에 답이 들어있을 것이라 믿었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잇다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잇다의 멘토는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멘토링을 하는 이유는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멘티들이 내 답변을 통해 도움을 얻었을 때 뿌듯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내게는 보상이다. 이런 나의 선택을 통해 나라는 사람에게 돈이라는 가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오히려 내게 중요한 것은 타인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로 인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게 되었을 때 행복해진다.

내 행복의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내 행복한 경험의 특징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좀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가? 몸이 아픈 사람이 건강해지는 것?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회가 제공되는 것? 나의 답은 서비스를 통해 더 편리해지고 유익해지는 삶. 그리고 획일화된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교육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나만의 고유함을 인정받는 교육을 제공받는 삶이었다.

사람들의 삶이 더 편리해지고 유익해질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거나, 이미 만들고 있는 기업에 참여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 서비스는 무엇일까? 나의 답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읽어내 그 부분을 채워주는 서비스였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떠올린 것이 “데이터 분석”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데이터에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잔반량이 문제였던 고등학교 시절, 음식의 맛과 잔뱐량의 상관관계를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면 금방 잔반량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맛없는 음식은 급식의 품질에 달려있고, 품질은 급식비와 큰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급식비를 올리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에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이 있을 것이다. 그 흔적을 분석하여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읽어내고, 새로이 서비스에 반영하면 사람들의 삶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고, 현실적으로도 내가 도전해볼 수 있는 영역 안에 자리했다.

고유함을 인정받는 교육을 실현하는 과정을 구체화하는 것은 어려웠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어야 가능한데, 교육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학부모, 학생, 학원 강사, 학원 원장, 교육부, 학교, 교사 등-의 공감을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직업도 내가 하고싶은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교사와 학원 강사는 이미 현재 교육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혁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교육부장관은 교육에 관련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속에서 마땅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없을 뿐더러 top-down 방식으로는 절대 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제외하였다. 오히려 내가 직접 학교를 세워 그 안에서 자유롭게 내가 생각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방식을 꿈꾸었다. 그러나 당시 내가 처한 현실-화학생물공학 전공의 3학년 대학생-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속에만 간직해둔 채로 언젠가 다가올 기회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 일을 하기로 결정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부딪힐 수많은 어려움을 나는 감당할 자신이 있을까?

여기까지 구체화되었다면, 남은 것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것 뿐이었다.

먼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어떻게 해야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아야 했다. 그 당시만해도 지금처럼 이 직업이 핫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 데이터 분석가로 일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데이터 분석가가 될 수 있는지 자세히 알기 어려웠다. 더욱이 나의 전공은 이 분야와 관련이 없어서 주변에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선배를 소개받기도 어려웠다.

또한,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해야했다. 내가 원하는 바와 가장 가까웠던 연구실-산업공학 데이터마이닝 연구실-을 찾았고, 그 연구실에 입학하고 싶기도 했고,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싶었다. 그렇게 산업공학 부전공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주변에서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던 길이라 많이 두려웠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나를 다독였다.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을 직감했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수많은 좋은 방법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분야여서 내가 배워야할 것이 정말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쳐져 있기 때문에, 그런 와중에도 같은 목표를 향해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고유함을 계속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에 정말 많이 넘어지고, 깨지고, 좌절하는 경험이 많을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선택에 이어질 모든 순간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정리되자, 내게 무언가를 할 용기가 생겼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던 시간들만큼 나의 결정에 무게감이 실렸다. 실제로 그 이후의 많은 시간들은 힘겨웠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그 때 버텨냈던 경험 덕분에 지금의 나는 행복할 수 있었고, 그 경험으로 당시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멘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글을 읽었을,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문장을 인용하며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실망이라는 향유.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또한 이런 발견 없이 자기 인식의 근본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그러니 실망이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으랴?

리스본행 야간열차

[잇다에서 보기]


  1. 1.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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