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을 통해 본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우울증

스카이캐슬을 통해 본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우울증

기사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47%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과열된 학점 경쟁을 꼽고 있는데, 실상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만약 그 이유로 우울했더라면, 진로문제나 학업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학생들이 제일 많아야 한다. 그러나, 기사에도 적혀있듯이 심리상담소를 찾는 대부분의 학생은 “정서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처: 서울대학교 학생복지 현황 및 발전방안 최종보고서

서울대 학생들은 확실히 타교 학생들에 비해 취업 걱정이 덜하다. 주변에서 “취업을 하지 못할 것”으로 염려하는 학생들은 보지 못했다. 대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괜찮은 것인지, 이래도 되는 것인지, 평생에 걸쳐 이뤄내고 싶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몰라 방황하는 학생들은 많았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본 사람들이라면, 서울대생의 이런 고민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카이캐슬의 학생들과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낸다. 운 좋게 공부에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서 큰 어려움없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바를 충실히 따라가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자연스레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린다. 주변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모두 “성적”에 관련된 것들 뿐이다. 지금 내가 취약한 과목은 무엇인지, 어떤 인강이, 어떤 선생님이 좋은지. 부모님도 내가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방면에서 서포트를 해주신다. 마치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나의 인생에서 행복이 보장된 것처럼. 그리고, 학생 스스로도 자신을 기만한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이 학생들에게는 큰 고민이랄 것이 없다. 목표는 확실했고, 그 목표를 향해 충실히 달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문득 떠오르는, **“왜 나는 좋은 대학에 가야하지?”**라는 질문이 가장 큰 방해물이고, 그런 생각은 일단 좋은 대학에 붙은 이후에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고민하는 시기를 미루게 된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이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그리고,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들-삶의 이유, 목적, 나의 존재 이유-이 해결이 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학교 입학 자체가 목적이었기에 이를 달성한 순간에는 행복했겠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학 입학 이후의 시간들은 이 학생들에게 너무나 큰 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선택한 전공이 나와 맞지 않음을 깨닫기 시작하고,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묻게 된다. 하지만 경험이 적다보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어렵고, 답이 문득 떠올랐더라도 항상 제일 좋은 선택지를 택해왔고, 정답이 있는 선택을 해왔기 때문에 ‘이래도 되는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물러있다.

이들은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길 도전받는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두렵다. 하지만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 잘 털어놓지 못한다. 부모님은 ‘우리 아이는 스스로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털어놓지 못하고, 고등학교 친구들은 ‘서울대가 고민은 무슨 고민’이라고 생각하기에, 같은 대학교 친구들은 속을 쉽게 털어놓을만큼 깊은 관계가 아니기에 이런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마음 속에 부채처럼 쌓이는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스스로를 곪게 만든다. 나의 이야기를 편견없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상담소를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하지 못했던 나의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그 것만으로도 마음이 치유된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이상하지 않고, 지금은 넘어지고 다칠 수 밖에 없는 시기라는 사실에 위안받는다.

남의 이야기처럼 썼지만, 약 70%정도는 나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요즘 스카이캐슬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스카이캐슬 입주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대학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죽음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왜 그 대학에 가고 싶은지, 그 대학에 가서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 ‘서울의대 합격’이라는 증명서가 전부인 세상. 그 안에서 이미 곪을대로 곪아버린 영재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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