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의 나홀로 여행: 피오르드, 브라운 치즈
북유럽은 오로라를 보고 싶어서 겨울에 갈 곳으로 내심 정해두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름에 노르웨이를 행선지로 정했던 까닭은 피오르드(Fjord) 였다. 웅장한 자연을 보길 좋아하는 편인데다가 (오로라만 봐도 알 수 있다) 덥고 습한 여름에서, 그리고 틀에 박힌듯한 답답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다.
좀 더 찾아보니 노르웨이는 피오르드의 천국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찾는 피오르드이자 가장 길고 깊은[1] 송네피오르드(Sognefjord), 영화 <<겨울왕국>>의 배경이자 그 아름다움으로 UNESCO 세계 유산에 지정된 내로이피오르드(Nærøyfjord), 베르겐(Bergen)에서 플럼(Flåm)으로 가는 길에 송네피오르드를 거쳐 지나는 Aurlandsfjord[2] 등등. "피오르드"가 빙하로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을 뜻하다보니 노르웨이 곳곳에 피오르드로 끝나는 이름이 많았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베르겐을 들르지 않고 플럼에서만 머무르기로 했기 때문에 Aurlandsfjord에서 내로이피오르드(Nærøyfjord)를 거쳐 운드레달(Undredal)에서 브라운 치즈를 체험할 수 있는 투어를 신청했다.겨울왕국>
ferry 투어와는 다르게 RIB(Rigid Inflated Boat) 투어는 야생의 투어에 가까웠다. 보트의 운전을 담당하는 가이드는 때때로 ferry가 가르고 간 물결 위를 지나며 스릴감을 주기도 하고, 피오르드 협곡에 사는 작은 고래를 만나면 근처에서 구경을 시켜주기도 했다. 이에 더해 그 지역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어서 노르웨이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피오르드는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내로이피오르드(Nærøyfjord)는 협곡의 곡선이 섬세했고 조화로웠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은 반비례한다고 생각해왔는데, 피오르드도 마찬가지였다. 보기에는 아름답고 경이롭지만, 그 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옥한 평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식"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노르웨이는 경작할 수 있는 토지의 비율이 작다. 특히 피오르드 근처는 그 비율의 1/10이다. 이런 척박함 덕분에 석유의 발견으로 지금과 같이 부유한 국가가 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남은 사람들은 농업대신 낙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갔다. 이 곳의 낙농업은 다른 곳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었다. 하나는 염소 치즈가 주를 이룬다는 점, 다른 하나는 브라운 치즈라는 독특한 치즈가 발전되었다는 점.
염소 치즈가 소 치즈보다 발달한 이유는 염소가 산을 잘 타기 때문이다. 추운 지방이다 보니 여름과 겨울에 풀을 먹을 수 있는 면적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눈이 녹을 시기에는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해 좀 더 위에서 풀을 먹는 것이 이득이다. 다행히 염소의 천적은 이 추위를 견디며 살 수 없어서 염소 떼를 풀어두기만 하면 알아서 산을 올라 제일 맛있는 풀을 알아서 뜯어먹고 안전히 마을로 귀가한다고 한다.
브라운 치즈는 우리가 흔히 아는 화이트 치즈의 잔여물로 만든 독특한 치즈다. 아무리 낙농업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그 양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반 화이트 치즈를 만들고 남은 것도 식량으로 활용해야 했다. 잔여물은 "유청"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를 충분히 졸이면 갈색으로 변하고 카라멜처럼 단 맛이 난다. 여기에 얼마 되지 않는 소의 젖으로 만든 크림을 1:1 비율로 섞어주면 브라운 치즈가 된다.
화이트 치즈를 만들 때 지방이 많이 빠져나가다보니 브라운 치즈는 지방이 덜 함유되어 있다. 브라운 치즈는 노르웨이에서 많이 파는 크래커같은 빵에 버터를 발라 그 위에 얹고, 그 지방의 잼을 발라먹는다. 마트에서 파는 브라운 치즈는 인공적인 향이 가미되어 있어 좀 더 단 맛이 많이 난다.
내로이피오르드의 끝에는 구드방겐(Gudvangen)이라는 마을이 있었고, 운드레달(Undredal)과는 달리 바이킹 족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었다. 집의 지붕은 풀이 덮어져있었고[3], 어린 아이들이 (특히 남자) 낯선 이를 따라가지 못하도록 "트롤이 너를 잡아먹는다!"며 겁을 줬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트롤은 노르웨이의 유명한 극작가 헨릭크 입센의 소설 <<페르귄트>>에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주인공 페르 귄트가 산 속에서 판타지스러운 여정을 할 때 초록 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그를 유혹했는데 알고보니 트롤의 딸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트롤은 판타지 소설 속에서 괴기스럽게 발전되기도 하고,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트롤처럼 귀여운 모습으로도 발전했다.겨울왕국>페르귄트>
생각보다 노르웨이 사람들의 입센 사랑은 엄청났다. 릴리함메르(Lillehammer)라는 지역에서는 매년 8월 초마다 <<페르귄트(Peer Gynt)>> 페스티벌을 연다. 노르웨이의 자연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하는 연극이 가장 인기가 많다.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으로만 접했던 페르 귄트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리고 그들 고유의 축제가 궁금해서, 나도 한 번 연극 티켓을 구매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언젠가...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