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슬럼프
어렸을 때의 나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무언가를 빨리 배우는 편이었고, 새롭게 어떤 환경이나 개념에 적응하는데에 드는 시간이 적게 들었기 때문에 ‘시작’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작’이 주는 그 몰입감과 성취감은 권태로움에서 나를 꺼내주는 좋은 처방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시작’했던 많은 자잘한 일들은 소위말해 ‘꿀만 빨고’ 그만 둘 수 없었다. 처음이 주는 신선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나면 이 분야의 ‘탁월함’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한참 밑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쯤 항상 그만두고 싶어졌다.